피아노와 인생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I

차한잔의여유 2009. 4. 5. 21:29

 

 

1. 이보 포고렐리치

 

크로아티아 출신. 1980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포고렐리치가 1위를 못하자 심사위원직을 사임하기까지한 아르헤리치의 일화는 유명하다. 아르헤리치는 그 자신 20세기를 빛낸 대가 중 하나이지만 신인들을 발굴해내는 부분에서도 역시 발군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엔 우리의 임동혁 군을 발굴했고 후원까지 하고 있다.) 아뭏든 당시 쇼팽콩쿠르에서의 이보포고렐리치는 그 전까지 유지되어오던 전통적인 쇼팽 해석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심사위원들간의 최대 논란 거리였고 결국 1등 대신 특별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됐든 포고렐리치의 연주를 들으면 옥구슬이 은쟁반에 굴러간다는 표현처럼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미학 및 작곡가의 내면과 서정을 충분히 살리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는 폴리니와 분명 구분이 된다. 폴리니의 경우에는 컴퓨터 연주라는 말이 어울리듯이 얼핏 듣다보면 이거 기계가 치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이 폴리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포고렐리치는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면서 역시 컴퓨터 연주에 가까울 정도로 기교적이고 깨끗하고 재현성 있는 연주를 자랑하고 있다.

 

포고렐리치의 명반율은 거의 100%에 가까운데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인 32번 소나타와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이 같이 들어있는 초기의 그라모폰 음반은 정말 역사에 길이 보존해야 할 명반임엔 틀림없다. 그 외에도 바하의 영국조곡, 리스트의 피아나소나타 b단조, 쇼팽의 전주곡, 협주곡, 스케르쵸, 소나타 등등 여러 명반들이 있다.

 

 

2. 마우리찌오 폴리니

 

이탈리아 출신으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이다. 60년도 쇼팽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1위를 수상한 경력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쇼팽 연습곡 전곡 음반을 들어보면 그가 왜 그러한 찬사를 받았는지를 또 받고있는지를 누구나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는 쇼팽의 피아노곡 거의 대부분을 음반으로 남겼는데 연습곡 전곡, 전주곡 전곡, 소나타 2&3번, 폴로네이즈, 스케르쵸 전곡, 발라드 전곡, 등이며 쇼팽 외에도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리스트, 그리고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그가 섭렵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폴리니의 경우도 명반율이 100%에 가깝긴 하지만 최근에 녹음한 베토벤 중기 소나타들은 좀 너무 빠르게 쳐서 여유와 서정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긴 하다.

 

2007/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