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클래식)

바흐 평균율 1권 1번~12번 연주영상 설명 글 및 링크 (Bach Well-Tempered Clavier Book.1 1~12)

차한잔의여유 2023. 7. 28. 13:27

제가 유튜브( 바흐 평균율 - YouTube )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요, 첫번째 시리즈로 바흐 평균율 1권의 프렐류드와 푸가 곡들을 차례차례 올리고 있고 (현재 12번까지 총 24곡 완료!!) 1권이 끝나면 (대략 올 10~11월 정도쯤) 두번째 시리즈인 바흐 평균율 2권의 곡들을 차례차례 올릴 예정입니다. 유튜브의 재생목록도 평균율 1권 48곡, 2권 48곡 이런 식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흐 평균율 2권 부터는 음질 개선을 위해 아이폰 삼각대를 구매하여 피아노에서 조금 간격을 둔 채 녹화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현재 유튜브에 제 연주영상을 올릴때마다 짧은 설명 글을 같이 올리고 있는데 그 설명 글들이 음대 교수님 등 전공자님들이 봤을때도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가 늘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블로그에서는 일단 1번부터 12번까지 총 24곡에 대한 설명글들과 유튜브 연주영상 링크를 걸어서 전공자님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혹 전공자님이 이 블로그 글을 보고 있으시다면 끝까지 찬찬히 읽어주시고 혹 문제점이나 정정사항 등이 있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로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번 프렐류드( https://youtu.be/qYvZGohdklo ): 바흐와 베토벤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음악을 사랑하는 50대 이공계 연구원입니다. 피아노 연주 동영상을 유튜브에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은 조언과 지적 그리고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번 프렐류드는 구노가 작곡한 아베마리아의 반주로도 사용된 곡으로 자유로운 조옮김이 가능한 평균율 조율법의 최대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고 판단됩니다. 2분 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곡에서 무려 10개 이상의 조를 사용하면서 자유로운 조옮김이 바로 평균율의 가장 큰 의의라는 점을 바흐가 첫곡에서부터 선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대 이후 현대까지 평균율 조율법이 대세가 되었지만 불과 300년 전만 해도 평균율 조율법이 교회에서 금기시하는 이단 조율법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새삼 바흐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번 푸가( https://youtu.be/xNNqBFPCuZk ): 푸가는 아마도 바흐 이전에는 카논과 비슷한 간단한 구조의 돌림노래 수준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바흐의 푸가부터 평균율이 접목되어 다양한 조옮김과 풍부한 변주가 가능해진 대위법의 정수로 발전하게 된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바흐 평균율에 있는 푸가들은 대부분 3성 또는 4성으로 1개의 메인 주제와 1개 이상의 대주제들이 각 성부에 등장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발전해 가는 구조인데 그러한 주제부들 사이에는 에피소드라고 하는 연결부(또는 삽입부)가 사용되면서 곡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문장이 두번 이상 조가 바뀌면서 상향 또는 하향 모방되는 기법이 에피소드 부분에 상당히 많이 사용됨으로 인하여 바흐의 푸가곡들이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평균율 1권 1번 푸가는 느린 곡이지만 4성인데다 스트레타 기법(메인 주제가 한 성부에서 끝나기도 전에 다른 성부에서 메인 주제가 다시 등장하는 기법) 이 많이 사용되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에피소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바흐 초기의 푸가 형태여서 일반적인 바흐 푸가 느낌 보다는 카논같은 돌림노래 느낌이 더 많이 드는 푸가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2번 프렐류드( https://youtu.be/KYVsV5qXv-E ): 베토벤 비창 소나타 1악장 또는 쇼팽 연습곡 '추격'과 비슷한 느낌의 격정적인 곡으로 손가락 연습 및 도약 테크닉 연습용으로 좋은 곡. 평균율 1권 1번 프렐류드와 비슷하게 10번 이상의 조옮김이 사용된 곡으로 2개의 독립적인 부로 이뤄져 있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2번 푸가( https://youtu.be/1poTIlp3XiA ):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3성 푸가로 스타카토와 도약 연습용으로 좋은 곡. 에피소드의 비중은 적당한 편으로 메인 주제의 단편들이 에피소드의 멜로디로 많이 활용된 푸가.

 

바흐 평균율 1권 3번 프렐류드( https://youtu.be/J8aS9bxCNfc ):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전반부와 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의 후반부로 이루어진 빠른 곡으로 왼손 오른손 연타 테크닉 연습용으로 좋은 곡. 

 

바흐 평균율 1권 3번 푸가( https://youtu.be/DQYOp3KxXbM ): 천상의 기쁨을 노래하는 밝고 사랑스러운 곡으로 서정성을 살리기 위해 알레그레토와 모데라토의 중간 정도 속도로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1권 2번 푸가와 비슷하게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3성 푸가로 에피소드의 비중이 적당하며 메인 주제의 단편들이 에피소드의 멜로디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4번 프렐류드( https://youtu.be/jhUR4TzEsZg ): 회개의 기도를 올리는 듯한 종교적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곡. 서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안단테로 약간 느리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4번 푸가( https://youtu.be/ULFBscld4oU ): 평균율 1집과 2집 푸가 통틀어 몇 곡 되지 않는 5성 푸가에다가 무려 5개의 주제(전체를 관통하는 1주제(메인 주제)와 앞부분에만 등장하는 2주제와 3주제, 그리고 1/3 지점부터 등장하는 4주제와 5주제(변형된 2주제))가 5성부 모두에서 마구 섞이는 연주 난이도가 꽤 높은 푸가. 주제가 무려 다섯개나 나오기 때문에 에피소드의 비중은 거의 없고 도치(인버스)나 스트레타도 없으며 오로지 다섯개의 주제들이 곡의 대부분을 이끌어 나가는 구조. 4번 프렐류드와 비슷하게 종교적인 느낌을 주지만 슬픔 보다는 장엄함과 비장함을 느끼게 해주는 곡으로 여기서는 곡의 분위기에 맞게 모데라토 수준으로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5번 프렐류드( https://youtu.be/Z2SRZHPhLW4 ): 쇼팽 연습곡 2번(발레리나)처럼 오른손 3-4-5번 손가락을 엄청 괴롭히는 곡으로 빠른 속도에서도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한음한음 또렷하게 연주하는 것이 관건인데 본 연주에서는 알레그로와 알레그레토의 중간 속도로 약간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역시나 여러번의 조옮김이 사용된 프렐류드.

 

바흐 평균율 1권 5번 푸가( https://youtu.be/1uqypF7n0As ): 4성 푸가이지만 도치나 스트레타도 없고 또한 화음적 진행도 자주 나타나서 푸가의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는 곡. 하지만 쉴새없이 등장하는 32분 음표의 묶음들을 빠르고 균일하게 연주하는 것이 관건인 상당히 까다로운 곡. 여기서는 서정성과 주제를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피아니스트들의 일반적인 연주보다는 약간 느리고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6번 프렐류드( https://youtu.be/0eB2slrHgEs ): 5~6년전 현대차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등장했던 걸로 유명해진 곡. 현대차 광고에서는 약간 느리고 우아한 곡으로 나왔었는데 여기서는 악보지시인 '알레그로 마논 트로포'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연주. 작년 5월에 연주한 곡으로 흐름과 표현이 나쁘지 않아서 게시합니다. (당시 아이폰 8로 촬영해서 음질은 좋지 않습니다.ㅠ)

 

바흐 평균율 1권 6번 푸가( https://youtu.be/EjO15Rt8w6Q ): 주제를 도치(인버스) 시키는 기법이 처음으로 사용된 푸가로 주제 갯수가 2개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메인 주제를 도치시키는 방식으로 풍부한 변주를 만들어 내는 곡(에피소드의 비중은 평균 정도). 단조여서 곡 전체적으로는 우울한 느낌을 주지만 2/3 지점의 에피소드 부분에서 장조로 바뀌면서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선율이 까매오처럼 등장. 작년 5월에 연주한 곡으로 음질은 좋지 않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나쁘지 않아서 게시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7번 프렐류드( https://youtu.be/Dd4tMGEqIYA ): 평균율 1,2집 프렐류드 48곡 통틀어 가장 장대하고 감동적인 프렐류드로 4성 푸가 형식이면서 2개의 인트로와 1개의 메인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의 프렐류드. 도도한 물결의 흐름 같은 16분 음표의 제 1주제는 인트로1부터 끝까지, 바흐 자신의 신앙고백 같은 4분 음표의 제 2주제(메인 주제)는 인트로2부터 끝까지, 그리고 마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8분 음표의 제 3주제는 메인 파트 시작 부분부터 끝까지 등장하는데 역시나 각 성부들에서 마구 섞이면서 연주난이도를 최상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곡입니다. 배경음악처럼 펼쳐지는 16분 음표의 제 1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속도로 연주하면서 그 위에 제 2주제와 제 3주제를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인데 본 연주에서는 서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약간 느리고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7번 푸가( https://youtu.be/Um4WwDzv3_Q ): 평균율 1,2권의 알레그로 이상의 빠른 푸가 중 유일하게 메인 주제에 트릴이 포함되어 있는 3성 푸가로, 중반부터는 도약 테크닉까지 추가되어서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곡. 보통은 약간 느린 속도로 연주하거나 또는 트릴을 꾸밈음 정도로 간단화시켜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연주에서는 후자에 준하여 속도는 알레그로로 빠르게 유지하는 대신 트릴 중 몇 개를 꾸밈음으로 대체하여 연주하였습니다(구조적으로는 스트레타나 도치가 없는 평이한 3성 푸가로 에피소드의 비중도 적당). 평균율 2권부터는 트릴의 비중이 1권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데 그것은 아마도 18세기 초에 이탈리아에서 개발되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던 피아노라는 당시 새로운 건반 악기를 바흐가 접하게 되면서 트릴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비록 서너군데 미스터치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표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게시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8번 프렐류드( https://youtu.be/aEFhZ_EPvsg ):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느린 단조 곡으로 한 손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손은 화음으로 반주를 해주고 전체적으로 아르페지오 기법이 사용되는 등 화성음악 느낌을 주는 곡. 당시 화성음악이나 화성학이 태동 직전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바흐의 실험정신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으로 작년 6월에 연주했던 영상이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표현이 무난한 것 같아서 게시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8번 푸가( https://youtu.be/ntbvlGCHC_k ): 바흐 평균율 1집 초기 작품 중 가장 길고 장엄한 곡으로 비록 3성이지만 초견 연주가 꽤 까다롭고 완성도 높은 연주에 이르기까지도 상당한 연습과 공부가 필요한 곡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메인 주제를 도치시킨 변형 주제를 메인 주제의 꼬리에 이어 붙여서 길이가 두 배 길어진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세 개 성부 모두에서 연달아 스트레타 기법이 사용된 부분들, 그리고 메인 주제의 음표들을 두 배씩 긴 음표들로 늘리고 그 안에 대위 주제들을 두 배씩 더 많이 집어넣는 기법 등 젊은 시절 바흐의 엄청난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곡. 특히 무엇보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사용된 메인 주제의 음표들을 두 배씩 긴 음표들로 늘리는 기법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데 이러한 기법은 정말 푸가와 대위법의 정점을 찍은 기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참고로 베토벤의 경우에는 그의 후기 소나타들(30,31,32번)의 마지막 악장의 클라이맥스 부분들에서 주제 선율의 음표 길이는 변동 없게 한 대신 반대로 내성을 담당하는 반주들의 음표 길이를 1/2 또는 그 이하로 짧게 만들어서 (즉 반주들의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여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바흐의 이 곡과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본 연주에서는 본 곡의 장엄함과 진지함 그리고 서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약간 느린 속도로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9번 프렐류드( https://youtu.be/RUI9qqSSTdo ): 뚜렷한 세도막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다가 조바뀜도 많지 않고 또한 하나의 문장이 두번 이상 조가 바뀌면서 상향 또는 하향 모방되는 기법도 아예 없어서 평균율 곡집의 곡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을 주는 곡. 더욱 뜻밖인 점은 이 곡의 조성 진행이 수십년 뒤에 완성될 소나타 악곡의 조성 진행 순서(으뜸조(1도)-딸림조(5도)-(버금딸림조(4도))-으뜸조(1도))와 일치한다는 점인데 이 점에 대해선 제 블로그에 올린 또 다른 글(18세기 후반에 완성된 소나타 형식이 평균율 곡집에서 영향을? (tistory.com))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연주에서는 추억소환 느낌의 밝으면서도 서정적인 본 곡의 정서를 잘 살리기 위해 너무 빠르지 않고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9번 푸가( https://youtu.be/tEUOMKz_8GI ): 평균율 1권 7번 푸가와 비슷하게 빠른 템포의 3성 푸가로 약한 수준의 스트레타, 3도/6도 스케일 진행, 및 도약 테크닉 등 난이도 면에서 푸가 7번과 쌍벽을 이루는 곡. 여러 버젼의 악보가 있는데 글렌 굴드와 리히터가 연주한 버젼으로 연주하였으며 속도는 푸가 7번과 비슷한 속도(알레그로와 알레그레토의 중간 속도)로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0번 프렐류드( https://youtu.be/pZusfOugXII ): 평균율 1권 3번과 7번 프렐류드처럼 2개 부로 구성되어 있는 곡. (7번 프렐류드는 보는 관점에 따라 3개 부) 서정적이고 애절한 느낌을 주는 전반부와 폭풍이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느낌을 주는 후반부는 쇼팽의 발라드 2번과 4번을 연상케 하며 장르적으로도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발라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의 악보지시는 '프레스토(가장 빠르게)'이지만 위에 적은 서정적이며 시적인 느낌을 좀 더 표현하고 싶어서 약간 느리고 여유있게 연주하였으며 끝맺음도 악보엔 없지만 쇼팽 발라드 2번의 끝맺음처럼 디미누엔도와 리타르단도를 같이 주었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0번 푸가( https://youtu.be/QEKz4qXNNgE ): 바흐 평균율 1,2권 푸가 총 48곡 중 유일한 2성 푸가로 스트레타나 도치도 없고 주제도 두 개 밖에 되지 않아서 구조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나 좌우 손이 각기 다른 선율들을 동시에 얼마나 빠른 속도까지 연주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습곡으로 바흐가 의도한 템포 기준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난곡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의 연습용 또는 훈련용으로 작곡되어진 평균율 곡들은 1권의 전반부에 많이 몰려있는 반면 후반부 그리고 2권의 경우엔 좀 더 예술성이 부각된 작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 푸가1-10번 연주는 임현정씨와 글렌굴드 등 1분 이내로 연주한 넘사벽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있지만 대부분 피아니스트들의 경우 1분 ~ 1분 15초이며 예외적으로 1분 25초 이상 아주 느리게 연주한 피아니스트들도 몇 명 있습니다.  본 연주는 작년 7월 22일에 연주한 영상으로 비록 통상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속도보단 약간 느리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주제 선율들의 또렷한 표현들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게시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1번 프렐류드( https://youtu.be/f3gOLZRu5Nc ):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꾸밈음+트릴) 연습곡으로 당시 쳄발로 등 꾸밈음과 트릴을 많이 사용하던 건반악기 연주의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곡.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선 굉장히 긴 트릴을 반주 삼아 주제 선율이 저음부부터 시작해서 고음부까지 계속 반복되며 올라가는데 이는 베토벤이 자신의 후기 소나타들(30/31/3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한 기법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베토벤이 이 곡을 벤치마킹 한 걸까요?^^) 본 연주는 작년 8월 15일에 연주한 영상으로 알레그레토 수준으로 약간 여유있게 연주하였고 전체적인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게시합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1번 푸가( https://youtu.be/U-DOW-jEi8s ): 경쾌한 느낌의 3성 푸가로 특이하게 메인 주제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푸가. 즉, 1. 다섯번째 마디 첫음까지를 메인 주제로 볼 경우에는 스트레타가 없는 간단한 구조의 푸가, 2. 여덟번째 마디 첫음까지를 메인 주제로 볼 경우에는 스트레타가 자주 사용되는 복잡한 구조의 푸가 등 두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푸가로 판단됩니다. 첫번째 해석의 경우에는 다섯번째 마디 첫음부터 시작되는 대위 주제가 메인 주제 못지 않게 큰 비중을 갖는 푸가로 또한 볼 수 있으며, 두번째 해석의 경우에는 대주제들의 비중은 거의 없을 정도로 적으며 대신 메인 주제의 단편들이 대주제 역할과 함께 에피소드에도 상당히 자주 사용되는 등 즉 길이가 긴 메인 주제 한개만으로 전체 푸가를 이끌어가는 상당히 독특한 푸가로 판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왼손의 상향하는 스케일을 오른손이 이어받아 저음부터 고음까지 계속 상향하는 스케일 프레이징이 나오는데 이는 리스트가 자주 사용하는 2-piano effect (또는 3-hand effect) 테크닉과 비슷하기 때문에 새삼 바흐의 천재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본 연주는 서정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알레그레토 속도로 약간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2번 프렐류드( https://youtu.be/ZM2IEhTGvpc ): 약간 우수에 찬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으로 만약 바흐가 녹턴을 작곡했다면 바로 이 곡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곡. 신기하게도 첫번째 주제가 오른손에서 사용될 땐 멜로디 역할을 하고 왼손에서 사용될 땐 반주의 역할을 하는 듯한 곡으로 당시 대위법과 화성학 모두를 연구했었던 바흐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발상을 적용해본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본 연주에선 악보지시인 안단테에 걸맞게 그리고 서정성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약간 느린 속도로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

 

바흐 평균율 1권 12번 푸가( https://youtu.be/_MqXJShYJPk ): 2~3개의 대주제를 갖는 4성 푸가로 도치나 스트레타가 없는 단순 구조의 푸가이지만 페달 사용 없이 메인 주제를 명료하게 연주해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8번 푸가처럼 상당히 까다로운 푸가로 판단됩니다. 8번 푸가와 비슷하게 판타지적이고 서사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며 또한 역시나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비장미를 느끼게 해주는 곡으로 본 연주에서는 그러한 서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가면서 약간 느린 속도로 여유있게 연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