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진법(12진법)에 대한 단상 I

어릴 적 누구나 왜 오전오후는 10시간이 아닌 12시간으로 되어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을 한두번쯤은 품어보았으리라 생각된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인류문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수의 진법 그 중에서도 특별히 12진법에 대해 짧은 고찰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그렇다면 과연 진법이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고찰해보도록 하자. 과연 진법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필자는 진법이란 일종의 주기 또는 주기성이라고 답변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5진법과 10진법의 경우 한쪽 또는 양쪽 손의 손가락을 엄지부터 다 세고 나면 다시 처음의 엄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그 주기성에 착안하여 아주 오래전(석기시대?)의 인류 조상들에 의해 고안되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가장 원초적이며 누구나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진법이 바로 5진법과 10진법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모두에서 언급한 12진법도 어떤 주기성과 연관되어 생겨나게 된것인가? 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답은 당연히 "예"이다. 근데 12진법은 흥미롭게도 우리 인간의 신체에서는 그 연관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눈&귀&팔다리는 각각 2개씩이고, 손가락 발가락은 각각 10개씩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12진법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필자의 생각에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태양과 달의 주기성이다. 즉, 오래전 인류의 조상들이 하늘을 보고 천문학을 태동시키고 있을때 가장 확실하게 관측할 수 있었던 대상이 바로 태양과 달이었고 1년은 대략 360일, 1달은 대략 30일이라는 우연적인 사실을 통해 바로 1년12달이라는 주기성을 착안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근데 이렇게 천문학이 중요해지는 시절은 바로 농경사회부터이다. 그러므로, 12진법은 초기 농경사회에서 계획적인 생활과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달력의 발명과 함께 태동되지 않았을까 하고 역시 추측해본다.

 

이렇게 12진법은 인류문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리의 모든 실생활에 밀착되어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인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1년12달 뿐 아니라 하루24시간, 1시간60분, 1분60초 등 시간을 나타내는 모든 단위의 비율들이 바로 이 12진법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24=12*2, 60=12*5)

 

12진법이 사용되고 있는 다른 예들을 좀 더 찾아보자. 먼저 쉽게 떠오르는 단어로는 12개묶음을 의미하는 다스(dozen)가 있다. 그리고, 1피트가 12인치, 1실링이 12페니 등 서양의 길이와 화폐 단위에도 12진법이 들어있다. 또한, 360도 방위를 30도씩 자르면 12개의 방위가 되는데 이것도 12진법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양에는 12진법을 나타내는 단어나 단위가 없을까? 필자가 찾아본 결과 놀랍게도 동양의 길이 단위에도 이 12진법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자(척(尺)), 간(間), 정(町), 리(里)인데 1간이 6자, 1정이 60간, 1리가 216간이기 때문이다. 근데 얼핏 이들이 6진법 또는 60진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6은 12/2, 60은 12*5 등 모두 12의 배수나 분수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넓은 의미로 12진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또한 서양과 비슷하게 방위와 하루를 모두 12개로 나누고 이를 12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호칭한 것 또한 12진법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서양문명과 동양문명 모두 시간, 길이, 그리고 방위의 단위를 전부 12진법으로 해왔다는 점이다! 시간 단위의 경우엔 앞서 언급했듯이 1년12달이라는 사실로부터 동서양 모두 자연스럽게 12진법을 발견하고 사용하게 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길이나 방위의 단위까지도 동서양 모두 12진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12진법이 모든 진법의 대표격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게 아닐까?

 

II부에서는 사람의 손가락수 또는 해와 달의 주기 등 자연현상의 관측으로부터 비롯된 귀납법적 진법이 아닌 "과연 모든 진법을 대표하는 가장 우수한 진법이 있을 것인가? 그리고 만약 있다면 과연 몇진법인가?" 라는 연역법적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진법을 추출해보고 그 진법이 우연찮게도 12진법일 가능성이 제일 높음을 보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