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부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은 총 5개가 있는데 중력, 전기력, 자기력, 약한핵력, 강한핵력이라고 언급하였다. I부에서 또한 최초의 통일장 이론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하나의 틀로 설명한 맥스웰의 전자기파이론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묶어서 중력, 전자기력, 약한핵력, 강한핵력 등 4가지 힘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큰 차이는 없겠다.
그런데, 여기서 그렇다면 왜 물리학자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또는 5가지 힘을 하나의 힘으로 통일시킬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물리학자가 유신론자냐 무신론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유신론자인 경우엔 신이 창조한 이 우주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잡다한 4가지 또는 5가지가 아닌 순수하고도 고결한 단 한가지의 이론에 의해 모두 설명되어야만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신론자인 경우에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모든 생명체가 가장 단순한 세포에서 다양하게 진화했듯이 이 우주도 초기에는 단 한가지 힘만 있었는데 우주가 팽창하면서 여러가지 힘으로 나뉘게 된 게 아닐까 라는 다분히 신념적인 논리에 근거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만 있다면 유신론자냐 무신론자냐 하는 걸 떠나서 물리학자라면 그 자체로 가장 매력적이면서 흥분되는 일로 생각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럼, 이제 I부를 요약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1. 뉴튼의 운동의 3법칙(F=ma, 관성의법칙, 작용반작용의법칙) 및 중력의법칙(F=Mm/r^2): "신이 말했다. "뉴튼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밝아졌다."
2.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DeltaXE+dB/dt=0, DeltaD=q, DeltaXH-dD/dt=J, DeltaB=0): 인류 역사상 최초의 통일장이론.
3. 아인쉬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빛의 속도는 관찰자의 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측정된다, 질량은 에너지이며 에너지가 곧 질량이다.): "신이 다시 말했다. "아인쉬타인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다시 어두워졌다."
4. 슈레딩거와 하이젠버그의 양자역학 이론(어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는 없다. 입자는 파동이며 파동은 곧 입자다.): 뉴튼을 두번 죽인 현대물리학의 시작.
5. 약한핵력과 강한핵력의 발견: 1930~1940년대에는 1920년대에 수립된 양자역학에 힘입어 원자, 원자핵, 전자, 양성자, 중성자, 소립자 등 우주의 모든 물질들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입자들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전개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원자핵붕괴시 발생되는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핵력과 양성자를 중성자에 또는 양성자끼리 묶는데 관여하는 강한핵력이 발견되었다. 강한핵력은 일본의 유가와히데키 교수의 중간자 이론을 통해 이론적으로 정립되었는데 이 공로로 그는 1949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이 이론은 후에 양자색역학에 의해 재정립되게 된다.
6. 강한핵력과 힉스입자: 1950~1960년대에는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기본입자가 아니라 좀 더 기본적 입자인 쿼크와 경입자로 쪼개질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기존의 수십개에 해당하던 수많은 소립자들을 단지 12개의 기본입자(6개의 쿼크(업,다운, ...), 6개의 렙톤(전자, 뉴트리노, ...))와 4개의 힘매개입자(광자, 글루언, W입자, Z입자)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기존의 불완전한 이론들을 재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였던 힘매개입자의 질량부여 문제를 1964년에 힉스가 힉스입자를 도입함으로서 해결하였고 이 공로로 2013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론을 수립한 후 거진 반세기만에 노벨상을 받은 것이니 가장 그 간격이 큰 노벨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힉스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바로 몇년뒤 와인버그와 살람의 전자기약력이론 더 나아가 대통일장이론 수립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에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통일장이론이야말로 물리학자들의 성배이니 만큼 힉스입자의 발견은 바로 대통일장이론을 검증한 것이 되므로 그 의미가 너무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7. 와인버그와 살람의 전자기약력 이론: 1964년 힉스의 이론이 세상에 나온 지 3년후인 1967년에 와인버그와 살람이 힉스가 제안한 매커니즘을 도입하여 전자기력과 약한핵력을 통일하는 이론을 제창하게 된다. 즉, 그 두 힘은 사실은 같은 힘인데 작용하는 거리에 따라 두 가지 모습의 힘으로 나뉘게 됨을 이론적으로 보였고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속기 실험에 의해 실험적으로 검증되어 두 물리학자가 나란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즉, 와인버그와 살람의 업적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전자기력과 약한핵력이라는 2가지 힘을 전자기약력이라는 1가지 힘으로 묶는데 성공한 것에 있는데 이를 이후의 대통일장이론과 구별하기 위해 그냥 통일장이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대통일장 이론도 와인버그와 살람의 전자기약력 이론의 방법론을 따르는 것이어서 어떻게 보면 와인버그와 살람이 대통일장 이론을 비롯한 모든 통일장이론의 큰 틀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기저에는 힉스의 공로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8. 대통일장이론: 1970년대 이후 물리학자들은 전자기약력과 강한핵력도 좀 더 짧은 작용거리에서 하나의 힘으로 통일 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보였고 드디어 중력을 제외한 모든 힘들을 하나로 묶고 설명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대통일장 이론의 1등공신은 바로 힉스이며 2등공신은 힉스이론을 도입하여 통일장이론의 큰 틀을 구축했던 와인버그와 살람이라고 보면 되겠다.
9. 초대통일장이론: 1980년대 이후 물리학자들은 마지막 남은 중력마저 통일해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10차원의 끈이론을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검증을 위해서는 태양계만큼 큰 가속기를 필요로 하므로 현인류의 과학기술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가고 말았다. 그러므로, 초대통일장이론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머리속에서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meta-physics 즉 형이상학과 과학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물리학의 역사적 사건들을 짤막하게 되집어 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동안 애매하게 알았던 사실들도 확실히 알게 되어서 필자 본인에게도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2013년 노벨물리학상 및 힉스입자 발견의 의미는 바로 물리학자들의 성배와 다름없는 대통일장이론이 검증되었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남은 건 중력과의 초대통일장이론인데 이는 인간의 능력의 훨씬 초월하는 영역이므로 당분간 힉스의 노벨상수상을 능가하는 업적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약간의 우울한 결론을 내리며 졸고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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