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우주가 거대한 컴퓨터에서 돌려지고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또는 게임이고 우리는 모두 그 게임 안에 살고 있는 NPC(non-playing character)들이라는 좀 황당한 우주론이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일명 시뮬레이션 우주론으로 불리는 모의실험 우주 가설로 아마도 10분 중 한두분은 이미 들어보셨으리라 봅니다. 본 글에서는, 일단, 이 우주가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다른 우주는 없는지? 이 우주가 실존하는 실체인지? 하는 여러가지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들을 소개하면서 시뮬레이션 우주론까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무가 아닌 유인가?
가장 근원적이고도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여기서 '무'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 조차도 무의미한 완전한 '무'를 의미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은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약, 여기서 신이 무에서 유로 이 세계를 만들었다 라고 신의 존재를 가정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 신은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거지?" 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즉, 왜 이 우주와 이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른다"가 가장 정확한 답일 것입니다.
어쨋든 현재 이 우주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우주가 어떻게 존재하게 된 건지?
이 질문의 답은 "빅뱅에 의해서 이 우주가 탄생했다"입니다. 즉, 이 우주가 아주 오래전 과거에 갑자기 한 점에서 갑자기 뻥하고 나타나서 지금까지 팽창해 오고 있는 것이다 라는 '빅뱅 우주론'이 바로 그것인데요, 현재까지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표준 우주론입니다. 시공간조차 애매한 억겁의 상태에서 어느 순간 아주 우연히 양자요동이라는 현상에 의해 어떤 특이점이 발생을 했고 그 특이점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방출이 되고 그 에너지들에 의해 팽창하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각종 입자들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들까지 다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빅뱅 이전의 상태는?
이 질문의 답은 아래와 같이 여러개가 있습니다:
1. 시간과 공간의 의미도 없는 완전 무의 상태(주류 가설)
2. 엔트로피가 극대화된 상태로 열죽음을 맞이한 엄마 우주(펜로즈가 제창한 등각순환우주론)
3. 시간의 방향이 반대인 반물질 우주
4. 다중 우주들 사이의 특정 공간(다중 우주론) 등이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설명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글로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빅뱅 이론은 신의 존재 및 신에 의한 창조를 부정하는 이론인가?
이 질문의 답은 아니다 입니다. 왜냐하면, 신이 빅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이 우주를 창조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빅뱅 이론은 최초 특이점의 발생 이후 0.00...001초(소숫점 이하 0이 35개 즉 10^-35초) 이후부터의 우주의 진화만 기술하는 과학이론이기 때문에 빅뱅 자체가 우연히 발생했는지 아님 어떤 신적 존재 또는 어떤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 의해 창조된 건지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이론은 아닙니다.
다중-우주(multiverse) 우주론
다중-우주 우주론 또는 다중 우주론은 실제로 우리 우주 밖에 수많은 다른 우주들이 있다는 이론으로, 양자물리학의 특정 현상과 관련있는 평행-세계 (또는 다세계) 우주론과는 전혀 다른 이론입니다. 오히려 다중 우주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양자 이론과는 크게 상관 없는 소위 '인류 원리'라는 특정 철학&수학적 원리가 있습니다. 인류 원리란 현재 우리 인간처럼 이 우주를 인지하고 관측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우주안에 존재하기 위한 확률 계산과 관련이 있는데요, 그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작은 값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창조론자들의 단골메뉴로 언급이 되기 시작하였었고 과학계에서는 그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우주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우주 밖에도 무수히 많은 형태의 우주들이 있어서 그 중 우연찮게 우리 우주에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 것 뿐이다 라는 식의 다중 우주 가설로 맞대응 하게 된 것이죠. 즉, 다중 우주 가설은 첫 태생부터가 과학이 아닌 종교와 철학에 기인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들어 빅뱅을 다중 우주들이 서로 부딪칠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등 빅뱅 우주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포괄해가려는 우주론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서 상당히 고무적인 이론이라고 판단됩니다.
평행-세계(parallel world) 우주론
평행-세계 우주론(또는 평행 우주론)은 다중 우주론 처럼 꽤 오래전부터 SF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 메뉴로 등장해온 이론인데요, 이 이론은 앞서 언급했듯이 양자물리학의 특정 현상과 관련있는 약간 기괴한 가설인 다세계 해석으로부터 기인된 우주론입니다. 여기서 양자론의 특정 현상이란 바로 입자-파동 이중성을 의미하는데요, 모든 입자들은 우리 인간이 관측하기 전까진 여러 상태의 중첩인 파동 같은 존재로 존재하고 있다가 우리가 관측하면 갑자기 그 중 한가지 상태로 귀결되면서 비로소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런 유령 같은 현상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공상 소설 같은 다세계 해석이 등장하게 되었고 다세계 해석이 확장되어 결국 더욱 더 공상 소설 같은 평행 우주론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이 평행 우주론에서 말하는 평행 세계란, 비슷한 모습을 가지되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수없이 많은 세계를 의미하는데요, 우리가 A, B 중 A를 선택하면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B 선택을 하는 또 다른 세계가 이 우주 어딘가 또는 이 우주 밖 다른 차원에 뿅 하고 새로 생겨난다는, 말 그대로 공상 소설 가설입니다^^. 문제는, 이 가설이 탄생한 후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SF 작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는 것인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SF 영화나 드라마의 최애 단골 메뉴로 아직까지도 사용되어지고 있고 아마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계속 등장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홀로그램(hologram) 우주론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허상 우주론의 원조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허상이며 진짜 실체는 우주 밖 또는 우주의 경계면(껍질)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이다" 라는 주장을 하는 현대판 이데아론입니다. 즉,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인간들과 사물들의 움직임 그리고 양자이론의 역설과 블랙홀 역설까지도 모두 거대한 2차원 표면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의 투영으로 다 설명되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우주론입니다. 물론 양자 역학과 블랙홀 이론 중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 없는 현상들(ex. 입자-파동 이중성, EPR 역설, 블랙홀에서 정보 보존의 깨짐 등)이 종종 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홀로그램 같은 허상 우주론까지 도입하는 건 요즘 젊은이들 말로 '에바'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아뭏든, 홀로그램 우주론은 등장 이후 대중적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긴 했지만 십수년 뒤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등장하면서 그 대중적인 인기가 좀 사그라드는 모양새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 우주론
드디어 본 글의 메인 주제입니다^^.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2003년 철학자 닉 보스트롬에 의해 처음 주창되었는데요, 뇌라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가상 현실을 다루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1999년 개봉)와는 약간 다른 개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뮬레이션 게임을 돌리고 있는 한 차원 더 높은 세계도 역시 또 하나의 시뮬레이션 게임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13층(1999년 개봉) 영화에 좀 더 가깝다고 판단됩니다. 즉,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란 본 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우주가 거대한 컴퓨터에서 돌려지고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또는 게임이고 우리는 모두 그 프로그램 안에 살고 있는 NPC들이라는 가설입니다. 즉, 이 가설에 의하면 우리 우주의 실재 실체는 거대한 컴퓨터의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정보들이고 지금 내가 느끼고 보고 있는 이 세계는 바로 그 거대한 컴퓨터가 연산과 렌더링을 하고 있는 거대한 가상현실 세상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정말 맞다고 가정하고,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가능해지는지를 아래와 같이 함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만약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가상현실) 우주가 정말 맞다면:
1. 모니터의 픽셀(pixel)에 해당되는 공간의 최소 단위가 존재할 것임(Yes): 플랑크 길이(1.6 x 10^-34m)
2. 초당 프레임(FPS)와 관련된 시간의 최소 단위가 존재할 것임(Yes): 플랑크 시간(5.4 x 10^-44초)
3. 컴퓨팅 자원이 유한할테니 이 우주도 유한할 것임(Yes): 유한한 우주 나이(130억살) 및 유한한 우주 크기(400억 광년)
4. 연산 속도도 유한할테니 물질의 속도 한계가 있을 것임(Yes): 빛의 속도(30만km/sec)
5. 물질들의 밀도에도 한계가 있을 것임(Yes): 밀도가 어느 이상 커지게 되면 블랙홀이 됨
6. 소립자의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을 것임(아직까진 Yes): 현재까지 10^21eV를 초과하는 입자는 아직 발견되고 있지 않음.
7. 온도에도 한계가 있을 것임(Yes): 절대 0도
8. 연산에 사용되는 정보들이 모두 불연속적인 디지털 정보들이므로 이 우주의 물리 현상들에도 모두 불연속성이 존재할 것임(Yes): 양자 역학, 양자 도약
9. 연산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끔 해주는 어떠한 장치들이 있을 것임(Yes): 관측되지 않을때는 파동으로 존재(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입자-파동 이중성), 입자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밀도가 커지면 시간이 느려짐(특수 상대성 이론/일반 상대성 이론)
10. 물질 보다 정보가 더 근원적 실체이기 때문에 정보 전달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 것임(Yes): 양자 트랜스포테이션(양자 얽힘/EPR 역설)
11. 물리 엔진에는 수학의 방정식들만 활용되었을테니 이 우주의 모든 물리 법칙들도 모두 수학으로 표현이 가능할 것임(Yes): 현재 100% 수학 이론에서 출발된 초끈 이론이 중력을 포함한 모든 힘들을 통일시키는 TOE(Thory of Everyting)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음.
12.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필연적으로 버그가 존재하므로 이 우주에도 버그에 해당되는 초자연적 현상들이 있을 것임(Yes): 전생의 기억, 데자뷰 현상, 도플갱어, 유령 현상, 버뮤다 삼각지, UFO, 각종 초능력 현상들
13. 이러한 버그들이나 오류들을 발견하고 수정해주는 에러 정정 코드가 이 우주를 기술하는 수식에도 존재할 것임(Yes): 초대칭 분야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인 제임스 게이츠가 초끈 이론을 기술하는 방정식에서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의 에러 정정 코드를 발견
14. float 등의 실수연산에서 반올림 등 정밀도 오류가 나듯이 그러한 현상도 존재해야 함(Yes): 양자 터널링 현상
15. 입자 물리에서도 비대칭성 등 버그에 해당되는 뭔가가 발견되야 할 것임(아직까진 No): 우주에서 지구로 날라오고 있는 고에너지 입자들에서 비대칭성을 발견하려는 실험이 현재 진행 중
16. 우리의 뇌도 디지털 정보를 다루어야 함(Yes): 최근 우리 뇌 속에 있는 시냅스들의 작동 원리가 0과 1의 디지털 방식임이 밝혀짐.
17. 게임에서 렌더링 최적화를 위해 프랙탈 기하구조를 활용하는데 그렇다면 이 우주에도 프랙탈 구조들이 발견되어야 함(Yes): 모든 자연과 생명체에서 프랙탈 구조가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음.
18. NPC들이 자신들이 시뮬레이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존재해야 함(Yes): 우리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른 현상 등
19. 이 우주에는 우리 NPC들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도저히 관측할 수 없고 물리적으로도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에너지나 물질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Yes):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
20. NPC가 아닌 PC(playing character)들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임(Yes): 선지자, 예언자, 초능력자, UFO 조종사 등등
21. PC들의 활동으로 인해 신을 상정하는 종교들이 발생될 것임(Yes): 그리스 신화, 유대교, 힌두교, 기독교 등등
22. NPC들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순간 삭제하진 않을 것임(Yes): 임사체험, 유체이탈
네, 그렇습니다. 일단, 위 22가지 중에서 1개(15번) 빼곤 21개 모두가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 우주임을 증거해주고 있네요!! 이쯤에서 필자의 생각이 다들 궁금하실텐데요^^,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제 경우엔 아직까진 반반 즉 잘 모른다 입니다~ 왜냐하면, 이 글에서 다루었듯이 시뮬레이션 우주를 증거해주고 있는 증거들이 꽤 많이 넘쳐나고 있긴 하지만 그것들 중 대부분은 역시 또 다른 이론이나 가설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혹 만약 PC 중 누군가가 제 앞에 뿅하고 나타나서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과 디지털적인 현상을 보여준다면 저도 이 이론을 믿게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즉, 필자에겐 아직까진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도 그냥 뭔가 과학의 탈을 쓴 신흥 종교와 크게 다르진 않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므로, 독자님들도 그냥 이러한 얘기가 있구나 하는 흥미거리 정도로만 생각하시고 평상시 생활을 잘 꾸려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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