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 (광학)
원래 자연현상에 호기심이 많았던지라 대학전공을 물리로 택했었는데 그후 근 20년간 물리와 관련된 연구생활을 계속하다보니 자연현상에 호기심을 갖는 습관이 거의 직업병처럼 생겨버리게 된것을 불쑥불쑥 느끼게 된다. 물론 나이가 좀 더 들어가면 그러한 습관들도 점점 무디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곤 하지만 아뭏든 나의 30대는 내 인생에서 가장 호기심이 많았던 시기로 반추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든 어릴때 또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번 정도는 왜 하늘이 파랄까 그리고 노을은 왜 붉으스름할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노래방에서 이문세의 붉은노을을 열심히 따라부를땐 그런 의문은 갖지 마시고 노래에 집중하시라!^^) 하늘은 왜 파랄까? 필자가 대학원 때에 학회발표를 위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란 나라를 갔었었는데 그때 LA공항에서 처음 본 미국의 하늘도 우리나라 가을하늘처럼 높고 파란 하늘이어서 하늘은 다 똑같네 하고 미소를 지었던 적이 있었다. 아뭏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맑은 하늘은 전부 다 파란색인데 그 이유는 바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자들 또는 미립자들에 의해 빛이 산란(scattering)될때 파장이 더 짧은 빛이 더 잘 산란되는 까닭에 있다.
공기에는 여러가지 불순물과 분자들이 다양한 크기의 미립자를 이루면서 떠다니고 있는데 빛의 입자인 광자(photon)가 이것들과 충돌해서 산란되면 방향이 바뀌게 된다. 이 때 산란의 정도 또는 확률은 파장의 4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은 파란빛이 파장이 긴 빨간빛보다 약 10배 더 잘 산란된다. 즉, 태양을 비스듬하게 바라보는(즉 직선으로 해를 바라보지 않는) 모든 방향에서 사람은 대부분 산란된 빛만을 보는 것이므로 산란이 잘되는 파란색을 보게 된다.
그럼, 해가 뜰때의 하늘 그리고 해가 질때의 하늘 즉 노을일때의 하늘은 왜 붉은색 계통일까? 놀랍게도 이것또한 앞서 언급한 산란이라는 같은 원인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가지 차이점에 의해 완전히 다른 현상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해의 빛이 우리 눈까지 오기 위해 거쳐야 되는 공기 중의 거리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한낮에는 해가 바로 머리 위에 있어서 파란빛의 광자가 한 두번의 산란에 의해 우리 눈에 들어오게되지만 저녁에는 통과해야 되는 공기 중의 거리가 더 길어져서 한 두번이 아니라 열번 스무번 충돌을 거치게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중간에서 모두 소멸(분자나 입자들에게 흡수)되게 된다. 그러므로, 산란이 많은 파란색 빛은 중간에서 다 소멸되고 산란이 적은 붉은색 빛만 우리 눈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2007/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