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과학

2013년 노벨물리학상 및 힉스입자 발견의 의미 I

차한잔의여유 2013. 10. 17. 14:56

필자가 물리학 전공이라 매년 수여되는 노벨물리학상을 늘 관심있게 봐왔지만 올해 수여된 노벨물리학상만큼 그 의미가 큰 경우는 없다고 생각되어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펜을 들어보고자 한다.

 

물리학은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 및 모델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고 이론화하여 완성시켜가는 일련의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물리학이 성립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믿음이 있어야 한다.

 

1. 자연과 우주의 운행에는 어떤 법칙들이 있다.

2. 그 법칙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언어 또는 수학 공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3. 그 법칙들은 인간 지성의 발전으로 궁극적으로 모두 찾아지고 설명되어질 수 있다.

 

그렇다! 위 세 가지 믿음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물리학이란 분야는 이 세상에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세시대의 종교나 어설픈 철학이 아직도 우리를 옭아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물리학의 몇몇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2013년 노벨물리학상의 의미를 짤막하게나마 살펴 보기로 하자.

 

1. 뉴튼의 운동의 3법칙(F=ma, 관성의법칙, 작용반작용의법칙) 및 중력의법칙(F=Mm/r^2): 지금은 중학생이면 다 배우고 알고 있는 이 간단한 수식들도 갈릴레오와 뉴튼에 의해 사고되고 수식화되기 전까지는 수천년간 그 누구도 상상하거나 생각해내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두세개의 수식들이 그 어둡고 거대했던 중세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고 눈부신 과학 및 산업혁명을 일으킨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밖에 할 수 없겠다. "신이 말했다. "뉴튼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밝아졌다." 라는 창세기에 빗댄 유명한 말도 있듯이 뉴튼이야말로 과학의 아버지이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겠다.

 

2. 맥스웰의 전자기파 방정식(DeltaXE+dB/dt=0, DeltaD=q, DeltaXH-dD/dt=J, DeltaB=0): 좀 복잡해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대칭적이고도 아름다운 수식으로 꼽히기도 한 유명한 방정식이다. 이 법칙들이 얘기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전기력과 자기력은 모두 +와 - 전하의 존재에 의해 발생되는 같은 원인 다른모양의 힘이라는 것이다. 힘에는 뉴튼이 발견한 중력, 전기력, 자기력 및 20세기에 발견된 약한핵력, 강한핵력 등 총 5개가 있는데 이 5개의 힘 중 두 개의 힘인 전기력과 자기력이 실은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형제 힘이라는 얘기이므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통일장이론인 셈이다.

 

3. 아인쉬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빛의 속도는 관찰자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질량은 에너지이며 에너지가 곧 질량이다. E=mc^2): 아인쉬타인의 이 유명한 공식으로 인해 원자폭탄이 제조되어 인류가 위협받게 되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인쉬타인이 유명해진 진짜 이유는 이 공식보다도 우주의 공간과 시간이 서로 엮어져 있다는 해괴망칙(?)한 소위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해서다. 시간은 유아독존 가장 본질적이고도 독립적인 변수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절대적으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어떤 무엇이고 공간 또한 입자들이 주인공들인 연극의 무대로서 그냥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는 뉴튼 및 근대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의 틀은 아인쉬타인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게 되었다. "신이 말했다. "뉴튼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밝아졌다"란 말은 "신이 다시 말했다. "아인쉬타인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다시 어두워졌다"란 말로 대치되게 된 것이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인해 모든 물리학의 공식들이 다 수정되었는데 수정전 공식들에 비해 10배 이상 복잡해졌으니 위의 말이 맞기는 맞는 말이다.

 

4. 슈레딩거와 하이젠버그의 양자역학(어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는 없다. 입자는 파동이며 파동은 곧 입자다. 파동방정식):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류는 또 한번의 과학혁명을 겪게 되는데 그게 바로 1920년대에 탄생한 양자물리학이다.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입자는 파동이고 파동은 입자인데 그렇기 때문에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고 단지 어디어디에 어떤 정도의 에너지로 존재할 확률이 얼마이다 라는 식의 확률적 묘사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자의 초기위치와 초기속도를 알면 그 입자의 모든 궤적을 알 수 있다는 뉴튼의 결정론적 우주관이 또한번 무너지는 사건이었으니 뉴튼을 두번 죽이는(?) 20세기였던 것이다. 이 양자물리학에 의해 또한 많은 물리 공식들이 다시한번 수정되게 되는데 이는 다시한번 10배 정도 더 복잡해졌으니 인류의 지성이 고작 20~30년 사이에 무려 10x10배 즉 100배 정도 도약하는 계기가 된 사건인 셈이다.

 

I부 끝. II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