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과학

현악기의 원리 - 기타를 중심으로 II

차한잔의여유 2009. 6. 22. 01:08

앞의 글에서 현악기의 원리에 대해 몇가지를 알아보았다. 첫번째로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현이 떠는 진동수와 같다라는 사실과 두번째로 소리의 주파수는 현의 장력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사실, 그리고 세번째로 소리의 주파수는 현의 무게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였다. 이제 4번째 원리를 다뤄야 할 것 같은데 이 제 4 원리는 앞의 원리들로부터 파생되어 나오지만 앞의 원리들 만큼 단순하지 않아서 설명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수식이 사용되어야 될 것 같으므로 수식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는 좀 양해를 구한다. 그럼 이제부터 현악기의 제 4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제 4원리: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현의 길이에 반비례한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기타줄을 짚지 않고 튕길때와 중간을 짚고 튕길때는 딱 한 옥타브 차이의 음이 나온다. 이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 과연 왜 그러할까? 아마도 혹자는 그건 당연히 길이가 두배 줄었으니까 파장도 두배 줄어서 주파수가 두배 커진 것 아니냐 라고 간단히 얘기하겠지만 그러한 추론은 앞의 제 1원리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현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는 바로 현의 떨리는 진동수와 관계가 있는 것이지 현의 길이에 직접적으로 관계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현의 길이에 직접적으로 관계한다면 기타줄은 모두 길이가 같으므로 같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와야 되는데 결코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맞는 추론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그것은 바로, 길이가 두배 줄었으니까 복원력이 두배 커지고 또한 질량도 두배 줄어들기 때문에 진동수가 2의제곱근*2의제곱근 = 2 만큼 커지게 된다 라는 추론이다. 이를 좀 더 수식을 사용하면서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왜 현의 길이 L이 줄어들면 복원력 F가 커지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그것은 힘의 벡터 성분을 살펴봐야 하는데 현을 옆구리 방향으로 x 만큼 잡아댕기면 그때 생기는 복원력 F는 장력 T의 탄젠트 성분이 된다. 즉 F = tan(x/(L/2))*T가 된다. 그런데 x는 L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tan 안에 들어있는 놈이 그냥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면 바로 F = (2T/L)*x 가 된다. 즉 복원력 F는 L에 정확히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복원력 상수 K를 x에 상관없이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즉, K = F/x = 2T/L. 실제로 현의 진동수는 이 복원력 상수 K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현의 길이 L이 줄어들면 질량 m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것도 현의 선밀도 g를 정의해서 좀 더 수식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선밀도 g는 m/L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현을 이루고 있는 물질과 직경이 같다면 길이에 상관없는 값이 되고 그러므로 현을 기술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g를 정의한다면 m은 바로 g*L이 되기 때문에 현의 질량 m은 현의 길이 L에 정확히 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의 사실들을 종합해보자. 앞에서 현의 떨리는 진동수 f가 복원력 상수 K의 제곱근에 비례하고 질량 m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므로,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f = sqrt(K/m) 이 된다. (sqrt는 square root의 준말이다.) 그러므로, K와 m을 위의 수식들로 치환하면 f = sqrt(K/m) = sqrt((2T/L)/(g*L)) = sqrt(2T/g)/L 이 되어 진동수가 정확히 L에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기타줄의 반을 짚고 튕기면 정확히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오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원리에 기인하는 것이다.      

 

수식이 들어가서 좀 어렵게 느껴졌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은 과학의 언어이다. 우리가 언어를 모르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듯이 수학을 모르면 과학탐구를 할 수 없게 되고 뭐든지 머리속으로만 추론하던 옛날 철학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물론 수학이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임엔 틀림없지만 우리가 언어를 배우듯이 수학과 수식을 자꾸 접하다보면 언어처럼 친숙해지고 쉬워지는 그러한 특징은 똑같이 가지고 있으므로 너무 수식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       

 

어쨋든 기타줄을 예로 들어가면서 현악기의 4가지 원리에 대해서 설명해보았는데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피아노를 치면서 또 기타를 치면서 왜 이렇게 치면(튕기면)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 하던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치면서 아 그래서 그러했던 것이었구나 하고 탄성을 지른다면 이 늦은 밤에 졸린 눈을 비비며 글쓰고 있는 필자의 노고(?)에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만 마치고자 한다. ^^

 

2007/7/27 (2009/6/2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