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인생

피아노 협주곡 top7 I

차한잔의여유 2009. 6. 22. 00:18

일반인들에게는 피아노 소나타 보다는 피아노 협주곡이 더 popular 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소나타 보다는 협주곡이 오케스트라의 협연에 힘입어서 그런지 좀 더 화려한 느낌과 함께 뭔가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가장 처음 접해본 피아노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 1번 협주곡인데 중학교때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대신 이 곡을 틀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의 그 웅장하고 시원한 피아노의 양손 옥타브 연주를 배경삼아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피아노협주곡은 거의 모짜르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당시에는 파티나 연회석상에서 귀족들의 여흥을 즐기는 실내악 용도로 작곡되고 연주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상업적인 연주회를 염두에 두지 않고 순수한 개인적인 예술과 창작을 위해 모짜르트에 의해 작곡되어진 곡도 여러곡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순수한 의도의 곡들이 베토벤과 쇼팽 등 후대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 피아노협주곡의 발전을 이끌게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순수한 예술은 돈 보다 위대하며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짜르트 같은 천재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곡을 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면 예나 지금이나 이 세상은 돈과 권력의 세상이고 예술가와 과학자가 설 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며 씁쓸해지게 된다. 또 삼천포로 빠지면 안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필자가 알고 있는 피아노협주곡들 중 7 곡 정도를 선별해서 같이 알아보기로 하자.

 

1.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누구도 부인못하는 피아노협주곡의 정상. 황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인류가 남긴 음악 중 가장 최고일 것이다. 베토벤 음악에 있어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분야별로 가장 마지막에 작곡된 곡이 가장 걸작이라는 점이다. 9번 교향곡 합창, 32번 피아노소나타, 그리고 5번 피아노협주곡 황제 모두 마지막 작품들인데 이 들 세 곡은 베토벤이 표현하고자 했던 고난의 초월을 통한 환희의 감격과 정신의 고양이라는 종교적 메시지가 공통적인 요소로 들어가 있으며 베토벤 작품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손꼽히는 곡들이다. 피아노협주곡 황제도 크게 틀어놓고 들을 때마다 (특히 1악장) 벅차오르는 감동과 감격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것이 거의 종교적 체험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베토벤이 음악의 성인 즉 악성으로 일컬음 받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5번 협주곡의 명반으로는 역시 폴리니가 칼뵘과 협연한 도이치그라모폰의 음반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렷한 터치와 오케스트라에 전혀 밀리지 않는 파워와 스피드는 폴리니의 연주가 과연 20세기 제 1인자임을 한번 더 인정하게 해준다. 날마다 쌓이는 스트레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크게 틀어놓고 한 방에 날려보내시길 권한다. ^^

 

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그랜드캐년과 같은 자연의 장관을 볼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 그리고 마치 새가 되어 넓은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 같은 자유함을 만끽하게 해주는 화려하고도 웅장한 도입부로 너무도 유명한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80년대 풍미했던 hooked on classic 1번의 첫 곡으로 선정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곡이다. 그런데 불만은 이 너무도 매력적인 도입부가 처음 3-4 분 정도만 연주되고 그 뒤로는 한번도 안 나온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나온 음반을 구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했었는데 그때 이 도입부를 제 1주제로 착각하고 끝까지 왜 다시 안나오나 의아해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이 곡은 내 고등학교 시절 늘 흥얼거리던 나의 18번 곡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곡 자체도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그 음반의 연주자였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남성 못지 않은 테크닉과 파워 그리고 깨끗한 터치에 매료된 부분도 있었다. 아르헤리치는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후학 양성에만 힘쓰고 있지만 그 음반을 취입할때만 하더라도 열정적인 남미 여성을 대표할 만큼 아름다운 미모와 불같은 열정으로 피아노의 여제라 불리우며 아르헤리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던 시절이었다. 어쨋든 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피아노협주곡 top 7 중 두번째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도입부의 영향이 가장 크나 도입부 못지않게 매력적이며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그러한 클라이맥스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악장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은 정말 압권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음반은 굉장히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연주자들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 중에서도 필자는 포고렐리치의 연주를 최고로 친다. 두번째는 아르헤리치의 연주이고 세번째가 최근에 취입된 볼로도스의 연주이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크게 틀어놓고 한번 같이 창공을 훨훨 날아보자.

 

3.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가장 많은 음반수를 자랑하고 있고 가장 사랑받고 있는 피아노협주곡 중 하나이다.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가장 서정적이면서도 비루투오소적인 작품이다. 당연히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협주곡이니 어련하겠는가. 필자가 이 곡을 처음 접한 건 87년도 대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은데 한창 쇼팽의 음반을 모으고 있던 시절인 것 같고 아마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읽던 객석이라는 잡지에서 스타니슬라프 부닌의 쇼팽콩쿨 결선 라이브 LP 음반에 대한 광고를 보고 바로 달려가 구입했었던 것 같다. 어쨋든 이 음반을 샀던 건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그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연주자의 -폴리니나 아르헤리치를 포함해서- 연주를 들었지만 이 음반만큼 정말 탄복할 정도로 잘 친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이 음반의 CD판을 찾고 있지만 찾지 못하고 있어서 계속 아쉬워하고 있다. 혹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그 85년도 음반의 CD판 존재 유무에 대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은 꼭 답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어쨋든 이 음반을 통해 역시 쇼팽이다 라는 탄복을 하게 되었고 바로 악보를 구입해서 한동안 연습에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도 잘 못치는 걸 보면 그 당시 필자의 수준으로 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곡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의 1악장은 장대하고 웅장한 도입부 선율과 쇼팽 특유의 서정이 담긴 주제 선율로 유명한데 1주제는 약간 슬픈 느낌을 주고 2주제는 좀 더 밝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데 그 둘 모두 그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그리고 중간의 기교적인 16분 음표들의 변주 부분은 제대로 연주하면 정말로 관객들과 연주자 모두 스트레스가 날라가는 통쾌한 부분이 되는 반면 쪼끔이라도 뭉게지기 시작하면 특히 연주자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 그런 정말 쇼팽 특유의 정밀성을 요하는 난해한 부분이다. 후반부에서는 제 2주제가 약간 슬픈 선율로 바뀌면서 코다로 들어가는데 그 부분 역시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칭이 어울릴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절묘하다. 이런 부분 때문에 필자는 이 1악장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2악장이다. 2악장의 아름다움의 극치인 선율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가 쓴 다른 글을 참조하기 바라며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3 악장의 주제는 약간 익살스러운 스께로쪼 풍이지만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와 코다 부분은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을 듣는 것처럼 정말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가면서 장대하게 끝맺는데 그때는 정말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명반으로는 역시 부닌의 85년도 음반과 그 후 2000년 초에 일본에서 녹음한 라이브 음반이 최고이며 그 외에 폴리니와 아르헤리치의 음반이 있다.

 

2007/8/31 (2009/6/22 편집)